전통 창호문은 실내 보온에 어떤 영향을 주는 걸까?
사찰 창호문을 탐구하기 위해서는 우선 창호문이 건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건축에서 창호는 통행과 채광 통풍의 역할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열의 출입이 가장 크게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창호문의 기능 때문에 창호문을 당연히 설치해야 하지만 단열이 최대한 잘 되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런 측면에서 창호문 탐구를 해보자.
1) 양옥의 유리 창호문과 한옥의 한지 창호문은 어느 쪽이 더 보온이 잘 될까?
2) 열은 고온에서 저온으로 이동한다. 열의 이동은 전도, 대류, 복사의 세가지 방법이 있다. 창호문으로 이동하는 열 손실은 어떤 방법이 주가 될까?
3) 사찰의 전통 창호문은 문살 모양이 매우 다양하다. 문살 모양에 따라 보온 효과는 어떠할까? 어떤 모양의 문살이 보온에 효과적일까?
4) 이중 창호문은 어떤 점에서 보온에 효과가 있을까?
5) 꽃살문의 무늬는 단열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창호문의 한지의 표면 특징은 어떠한가? 유리 창호문과 비교해 볼 때 어느 쪽이 더 보온이 잘 될까? 창호지의 지질의 특징이 보온성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우리 전통 창호문의 특징은 조형적 아름다움 뿐 아니라 보온, 통기성 (통풍, 환기), 결로 방지, 습도 조절 등 쾌적한 생활환경을 만들어 주며 강도가 높고 질긴 특징을 갖는다. 반면 조도가 불량하고 재질이 불투명 하여 조망이 불가능한 약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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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kbtc.or.kr/buruna/body/2547_9/img/2_1.jpg) | 창호문은 우리 선조들이 생활 체험 속에서 만들어 낸 최대 걸작품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어느 나라의 종이가 1,000년이 지나도록 보존이 되는가? 경주 국립 박물관에 가면 석가탑 복원 도중에 발견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관람할 수 있는데 그 경전을 쓴 종이의 지질이 우리나라 전통 한지 즉, 닥종이다.
열의 이동에는 세가지 방법이 있다. 즉, 전도, 대류, 복사에 의한 방법이 그것이다. 물질을 이루는 분자와 분자간의 충돌로 열에너지가 전달되는 방법이 전도이다. 예를 들어 겨울에 철봉을 손으로 잡으면 차갑게 느껴지는 것은 몸의 열이 철봉으로 전도되어 이동하는 현상이다. 이 때 전도되는 열량은 전달되는 물체의 단면적에 비례하고 폭에 반비례한다. 또 물질의 재질에 따른 열전도도, 전달되는 시간, 물질 양단의 온도차와도 관계가 있다.
한편, 액체나 기체 등 유체의 경우에는 대류라는 방법으로 열이 전달된다. 즉, 열을 받은 유체의 분자들은 운동을 활발하면서 그 간격이 넓어지게 되는데 그 결과 밀도가 작아진다. 따라서, 데워진 유체는 가벼워져 위로 올라가게 된다. 한편 그 자리를 밀도가 큰 찬 유체가 메우게 되는데 이런 방법으로 고온에서 저온으로 열이 이동되는 현상을 대류라 한다. 또, 복사는 열원에서 중간 매개체(분자)의 도움없이 직접 열을 전달하는 방법인데 파동의 형태로 전달된다.
열복사 이동에 의한 단열효과 : 창호문의 단열은 전도보다는 복사가 주 원인이 된다. 즉, 필자의 실험 경험에 의하면 창호지 한 장의 단열 정도와 유리 한 장의 단열 정도는 거의 비슷하게 나타났다. 즉, 실내 열원의 복사열은 얇은 종이나 두꺼운 유리에 관계치 않고 복사파의 반사에 의해 단열이 되기 때문에 그 효과는 별 차이가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복사율이 재질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무시할 수 있는 정도이다. 우리가 추운 겨울날 종이 한 장을 덮고도 추위를 견딜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며 체온 유지를 위해 옷을 입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열전도에 의한 단열효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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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전도'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전통 창호문은 현대 유리 창호에 비해 못하지 않다. 즉, 닥종이는 그 지질이 닥나무 껍질의 섬유질로 되어 있어서 측면에서 보면 마치 사람 피부의 털처럼 촘촘하게 올실이 나와 있으며 또, 공기구멍이 많은 다공질로 되어 있어 두께를 두껍게 하는 효과가 있으며 그 속에 포함된 공기층은 마치 스티로폼의 내부 공극처럼 데워진 공기가 그 속에서 갇혀지는 까닭에 단열 효과가 매우 높아 오늘날의 유리문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다. |
또, 거기다가 문살의 격자 사이에 갇히는 공기 층을 합치면 그 단열성은 유리문에 비해 훨씬 양호하다.
이중 창호문의 보온효과 : 우리 조상들은 열을 잘 이용할 줄 알았다. 비록 단열이 잘되어 보온이 양호하다고는 하지만 얇은 창호문 하나만으로는 불편하여 다시 그 바깥쪽에 다시 창호문을 하나 더 내었다. 이 때 안 쪽 문은 문살을 촘촘 하게 할 필요가 없어서 듬성듬성한 범살문이나 용자문(用字文)을 사용하여 여닫이로 구성하였으며 바깥문은 철저히 보온을 잘하기 위해 격자살이 촘촘한 교살문 또는 세살문, 꽃살문을 미닫이 형태로 사용하여 열 손실을 막았다. 물론 겨울에는 채광 효과를 고려하지 않아도 좋기 때문에 이런 문을 조합하는 것이다. 특히, 비가 오는 궂은 날을 대비하여 그 밖에 다시 들창을 달아 악천후에 대비하는 지혜가 놀라울 뿐이다. 물론 이 들창의 단열효과 때문에 보온이 잘 됨은 말할 것도 없다. 조명이 필요한 낮이나 여름에는 촘촘하여 갑갑하게 느껴지는 바깥문을 밀어 버리고 문살이 듬성듬성하여 밝은 안 쪽 문만 사용함으로써 생활의 편의를 도모하였다.
꽃살문의 보온효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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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창호문살 중 백미는 꽃살문이다. 주로 교살문, 격자문살의 교차된 부분에 꽃 무늬를 붙여 아름다움을 더해 주고 있다. 물론 미적 아름다움만으로도 충분히 감상의 가치가 있지만 만약 꽃살무늬 사이에 갇힌 공기의 작용이 인공적인 단열의 효과를 높여주고 있음을 탐구할 수 있겠는지? 그래서 웬만한 사찰에서는 법당문을 이중으로 하지 않고 깊은 교살문에 꽃살무늬를 얹은 꽃살문 하나로도 법당의 단열을 감당 하고 있다. 기가 막힌 조상들의 지혜라고 생각된다. | |